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 -아산 피나클 랜드

 나는 에버랜드에 가면 뭔가 늘 아쉽다. 넓은 만큼 인파는 북적이고 다리가 아팠다. 계획을 잘 짜지 않으면 퍼레이드 놓치기 십상이고 시간 잘못 택하면 줄서다 하루 마친다. 성질 급한 우리 두 부녀는 못 기다린다. 속상한 마음에 서로 짜증내고 화내다 돌아온 적도 있다.

 우리가 지난 주말에 찾은 아산 피나클 랜드는 다목적 테마파크의 아기자기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메타세콰이어 입구, 분수 정원, 산책로, 토끼동산, 산양 농장, 태양의 동산, 진경산수 폭포. 오르막길 따라 이국적인 이름들을 가진 테마 길을 걷다 보면 시간이 정지된 듯 시름이 잠시 잊혀지더라. 

 겨울 끝자락이라 아직 꽃들은 없지만 그 자체로 존재들의 순수한 서정을 볼 수 있어 나름대로 아름다웠다. 꽃보다 예쁜 풍차 집, 돌의자에 새겨진 그림들, 창이 있는 예쁜 집이 있어 동화 나라에 날아온 듯 하였다. 구석구석 작은 것들에 주인장의 숨결과 감성이 배어있어 '거인의 정원'에 담넘어 들어온 착각을 일으켰다. 

 태어난 지 20일 됐다는 아기 산양이 어미젖을 빨아먹는 모습을 어디에서 보랴. 농장 관리인 할아버지가 손수 아기 산양을 안고 아이들에게 만져보게 해주는 배려가 돋보였다. 그 옆에서 아기 산양을 애절히 바라보며 울어대는 어미 산양의 모습까지. 우리 준원이는 무서운지 울타리 밖에서 맴돌았다. 의외의 모습이야~

 특히 '워터가든'에서 만난 풍경 소리가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통나무 다리를 걷다보면 양쪽에 매달린 풍경들이 바람결에 소리내는 자연의 음악이 귀를 간지럽혔다. 사랑의 인사처럼 마침 바람이 세게 불어 주어 방방 뛰어 다니며 풍경 음악을 만끽할 수 있었다. 

 '토끼동산'에서 만난 토끼들은 더할나위 없이 사랑스러웠다. 풀들을 뜯어 토끼에게 밥을 주었는데 준원이는 얼마나 즐거워하던지. 그중 성격 까칠하지 않은 토끼 한 마리가 있어 준원이의 토끼 밥 먹이기 체험은 한창 이어질 수 있었다. 햇볕이 좋은 지 눈감고 나란히 아기 토끼 세마리가 조는 모습까지.

 언덕을 다 돌아 내려오니 예쁜 집이 있었다. 수공예 체험방이었는데 마침 선생님이 계셨다. 자연 소재로 여러 가지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30여 분간 준원이는 선생님과 단 둘이 그림 그리고 색칠하고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누며 집모양 풍경을 하나 만들었다. 우리는 벤치에서 오랫만에 둘만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을 알게 되다니 준원이 많이 컸다. 

 아산방조제를 건너 귀가하는 길. 물과 바람을 한품에 넉넉히 안아 시간과 삶과 우리가 서있는 길을 생각케 하는 아산 피나클 랜드의 모습을 아로새겼다. 4월 중순 경 튜울립이 한창 예쁘다는 정보를 들고 왔다.

 

by 삶과노래 | 2009/03/15 00:13 | 왜 떠나니?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lifesong.egloos.com/tb/924749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